최근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습니다.올 초 한국 영화 최고 화제작이죠.

가끔 제가 직접 곁에서 경험했던 일이 영화로 옮겨질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머 그런 경우가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요..

예전에 유지태-권상우가 나왔던 '야수'도 그랬습니다.2002년 말을 뜨겁게 달궜던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죠.당시 이 바닥 초년병이었던 저는 검찰 출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06년 초에 개봉한 야수를 보며 좀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생순의 시간적 무대가 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저는 체육부에 있었습니다.그것도 핸드볼 담당이었죠.회사 사정상 아쉽게도 아테네 현지에 가지는 못했지만 핸드볼은 담당 종목이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런 글을 썼었네요.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은메달 女핸드볼팀 “국민 무관심 가슴아파”

▲ 한국의 오성옥(오른쪽)과 허순영이 29일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아쉽게 패한 뒤 눈물을 뿌리고 있다. 아테네(그리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나마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던 올림픽이
끝났으니 어쩌면 좋나요.”

29일 덴마크와의 아테네올림
픽 결승전에서 숨막히는
 ‘사투’끝에 금메달을 놓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온 국민의
가슴을 쳤다.12년 만의 정상
 복귀에 실패해서가 아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
으로 돌아설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가 두렵다.”는 선수들
의 질타가 전율처럼 폐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실업팀 5개 불과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핸드볼의 척박한 현실을
토로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오늘 우리가 진 것은 기술과
체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핸드볼을 지원한 덴마크에
 밀렸기 때문”이라며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털어놨다.이어
“올림픽만 끝나면 핸드볼을 잊는 무관심을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힘들다.”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덴마크 핸드볼과 우리의 현실은 비교하기가 부끄럽다.국내
실업팀은 고작 5개.대학팀 3개를 합쳐 봐야 성인팀은 8개뿐이다.
그나마 올해 3개팀이 늘어 지난해보다는 형편이 나아진 편이다.
반면 덴마크는 프로팀만 1부 16개팀,2부 40개팀 등 모두 50개팀을
훌쩍 뛰어넘는다.
4년전 시드니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고 경제 사정마저
어려워지면서 국내 핸드볼팀은 줄줄이 해체 상황을 맞았다.
4명의 국가대표가 무소속 신세가 됐을 정도다.이 후유증으로
아시아권에서도 2위로 밀려나 6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선수층 얇아 30대 노장도 출전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 아테네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선수층이 엷었기에
서른이 훌쩍 넘은 노장 임오경(33)과 오성옥(32)이 대표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핸드볼 선수들이 불꽃투혼으로 연출한 ‘사상 최고의 명승부’는
온 국민이 국내 핸드볼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handball.sports.or.kr) 게시판 등에는
 “결승전을 보고 울었다.”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열심히 하고,잘하는 핸드볼인데 그동안 무관심해서
정말 미안합니다.”면서 “앞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꼭 가겠
습니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다.지금은 국민이 박수를
치지만 금세 잊어 버릴 게 아니냐.선수들은 아테네올림픽을
대비한 강훈련으로 세 번이나 기절했을 정도다.한국이 4년 뒤
설욕할 수 있도록 제발 제대로 된 지원 좀 해달라.”
지난 2001년부터 중국 여자대표팀을 맡고 있는
핸드볼인’정형균(49) 감독의 울분에 찬 제안이 이번에는
정말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기사일자 : 2004-08-30    23 면


영화를 본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생순'은,여러 영화 팬들에게 감동을 전해줬겠지만, 제게는 2004년 여름에 느꼈던 감동을 다시 던져주지 못했습니다.
우생순을 만든 감독님과 스태프,배우들에게 비판을,비난을 하는 게 절대로 아니기 때문에 화내시지는 말아주세요.

실화라고 하지만 실제 팩트는 아줌마 선수도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 팀이 아테네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승부 던지기 접전 끝에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는 것,이정도가 아닐까 싶네요.물론 제가 당시 선수들 개개인의 사정을 꿰뚫지는 못하고 있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세부 설정 대부분은 감동과 재미를 위해 가공된 것으로 보입니다.남편이 빚에 쫓겨다니고 나중에 자살한다거나..그런 것.김정은이 맡은 역은 임오경 선수에게서 따온 것 같은데 일본 팀 감독을 하고 그런 부분은 맞습니다.다만 대표팀 감독으로 왔다가 선수로 강등된다거나 이런 부분은 사실이 아닙니다.특히 젊은 감독이 지휘하지는 않죠.실제 아테네 지휘봉을 잡았던 임영철 감독은 베테랑 지도자 입니다.나이 먹어서 사상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그런 선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있었나? 나이 어린 선수는 누구였을까..아마 문필희 선수였던 것 같은데..22세 정도가 막내였죠.
영화 도입부에서 올림픽에 앞서 문소리 등이 뛰는 팀이 우승을 하지만 곧 해체의 시련을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효명건설이라는 팀 이름이 유니폼에 선명합니다.이 팀은 사실 아테네 올림픽 뒤에 만들어진 팀입니다.영화 막바지까지 이어지는 아테네에 가기전 상황은 구구절절 좋습니다만,제가 한때는 스포츠를 담당했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테네에서의 경기 과정이 너무 짤막하게 처리됐고,좀 박진감이 없었죠..실제로는 그 경기 자체가 최고의 압권이었는데 말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안타까운 점은 올림픽 때만 되면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반짝' 한다는 것이죠.언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지점일 수 있습니다.이번에도 영화가 관심을 끌자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방송에서 핸드볼큰잔치도 중계하고 스포츠 기사에서도 핸드볼 큰잔치를 좀 비중있게 다루더군요.


핸드볼
또 반짝인기?

‘절반의 희망을 던졌다.’
“88올림픽 이후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모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남자 핸드볼국가대표팀 김태훈(충청하나은행) 감독은 9일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 대구시청과 효명건설의 여자부 개막전을 앞두고
대구시민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을 바라보며 감격스러워 했다.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실업팀이 잇달아 해체되면서 그동안 핸드볼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관계자들을 포함해 기껏 100∼200명 정도였다.그러나
이날은 달랐다.지난달 29일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열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1000여석에 달하는 체육관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고 골이 터질 때마다
 함성과 박수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처음에는 다소 익숙지 않다는 표정이던
 대구시청과 효명건설 선수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투혼을 불사르며 관중의
함성을 온 몸으로 느꼈다.
핸드볼연맹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아올 줄 알았다면 보다 큰 곳에서
경기를 치를 걸 그랬다.”며 안타까워했다.대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관중이 적은
점을 고려해 대구실내체육관(5000석 규모) 대신 시민체육관을 선택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진하게 남았다.이날 관중 대부분이 단체로 현장체험 학습을
나온 학생들이었던 것.때문에 개막전만 관전한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삼척시청과 부산시체육회의 두번째 경기는 다소 썰렁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다시 쓰디쓴 현실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일반인들이 평일 오후 1시에 경기장을 찾기란 어려운 일.대회에 앞서 경기를
저녁으로 옮길 수 없느냐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방송 스케줄로 어쩔 수 없이
 낮 경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시청 이재영 감독은 팬들의 ‘절반의 사랑’에 아쉬워했지만 “관중이 꾸준히
 찾아 준다면 저녁에 경기를 갖는 날도 오게 될 것”이라면서 “오늘 열기가
이번 주말 경기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길희(16)양은 “초등학교 때 핸드볼 선수로
 뛰기도 했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친구들과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장유진(13)양도 “올림픽에 나간 언니들을 보기 위해서 왔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활짝 웃었다.
개막전은 5명의 대표팀 멤버가 버티고 있는 대구시청이 효명건설을 29-18로 이겼고,
삼척시청은 부산시체육회를 28-24로 눌렀다.대표팀 부동의 피봇 허순영(대구시청)은
 “이렇게 많은 관중은 뜻밖이다.”면서 “앞으로도 박수와 응원 소리를 들으며 플레이를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기사일자 : 2004-09-10    39 면

대부분  당시 저 뿐만 아니라 이런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이제 4년이 또 지났네요.곧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과연 핸드볼의 현실은 달라졌을까요? 솔직히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우생순을 보고 주로 생각이 났던게 씁쓸이었네요.하지만
핸드볼의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조명해주게 했던 우생순에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