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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황제 표도르 에밀리아넨코


2002년이었던가 2003년 초였던가 KBS SKY를 통해 이종격투기가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 역사가 10년을 훌쩍 넘는다.아마도 이종격투기의 출발은 단순한 것이다.영화 '친구'에서 나오는 것처럼 조오련과 바다 거북 가운데 누가 더 헤엄을 잘 칠까 라는 그런 생각.로버트 태권 브이와 마징가 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그런 공상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종격투기의 진정한 의미는 무규칙이어야 할 것이다.서로 다른 무술 또는 격투기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니 규칙이 있으면 이종끼리의 격돌이라는 의미가 퇴색한다.흔히 요즘은 이종격투기라는 말보다는 K-1 같은 스타일을 입식타격기,프라이드 같은 경우를 종합 격투기라고 나누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어쨌든 국내에서 격투기는 중계 방송을 즐기는 마니아 층이 생기다가 최무배 등에 이어 2005년 최홍만이 K-1에 진출,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인기에 기름을 붓게 된다.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폭력이 난무하는 격투기를  공영방송인 KBS의 자회사에서 방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이듬해 1월 KBS SKY는 격투기 중계를 중단하고 만다.아마 이 의원은 '격투기=야만'으로 봤을 수도 있다.당시 격투기 팬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

격투기는 과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종목일까.지난 15일 러시아에서 열린 'M-1 보독파이트' 대회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러시아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나라여서 대통령이 격투기를 보러다닐 정도일까.격투기 스타인 미르코 크로캅은 크로아티아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크로아티아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나라여서 격투기 선수를 국회의원을 뽑은 것일까.링에서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모두 토해내는 그 모습에 스포츠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부여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국내에서도 격투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최홍만의 대성공 등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대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권도 달라졌다.지난 2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K-1 브랜드 대회인  K-1 칸 대회위원장을 맡았다는 보도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경숙 의원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2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격투기 대회를 앞장서서 홍보하는 국회의원이 나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외적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내부 상황은 아직도 깜깜한 새벽녘이다.격투기는 국내에서 이종(移種) 종목이기 때문이다.2000년 즈음 전후로 국내 격투기 단체와 대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튼실하지 못하다.그렇다고 격투기 인프라가 충분한 것도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실력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큼 여문 것도 아니다.신이 내린 하드웨어를 지닌 최홍만과 미국과 캐나다가 배경인 혼혈 파이터 데니스 강은 예외로 하자. 국내 팬들도 무엇인가 시시해보이는 국내 대회보다 유명 스타들이 나오는 해외 대회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방송사도 마찬가지.해외 대회를 수억 수십억을 주고 들여와 틀어댄다.국내 대회에 쏟는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뿐이다.

누가 나에게 국내에서 헝그리 종목이 남아 있냐고 물으면 곧바로 격투기를 꼽을 것이다.아직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다.대회에 1번 나서도 손에 쥘 수 있는 파이트 머니는 고작 수십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게다가 매달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스포츠도 아니다.하지만 주먹에,발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도 표도르와 같은 60억분의 1 사나이를 가질 수 있을까?
국내 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가질 수 있다고 본다.마냥 해외 스타에게만 열광해서는 요원한 일이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