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10월 하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떠올리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밤을~'을 흥얼거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10월 하면 이 분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김용. 너무나 유명한 무협 작가죠. 지난해 10월 30일(시월의 마지막 날은 아닙니다)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마 올해 10월 타계 1주기를 전후로 중화권에서는 김용을 대대적으로 조명하지 않을까 싶네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겠죠.

'영웅문' 3부작으로 알려진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비롯해 '소오강호', '천룡팔부', '녹정기' 등 숱한 무협 걸작으로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영미권 대학에서 김용 작품을 주제로 한 강의가 있고, 또 영국, 프랑스 문화훈장까지 받았을 정도니 세계적인 문호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입니다. 무협 팬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판타지 문학의 아버지 톨킨에 견주기도 합니다. 김용의 작품은 책으로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만화로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김용 원작이라는 것을 모르고 보는 영화도 한 두개가 아니죠.

 이제 꽃피는 봄 4월인데 뜬금 없이 10월과 김용을 끄집어 낸 것은 최근 접한 무협 드라마 '소호강호 2108'(바로보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입니다.  

중국(또는 중화권) 무협 드라마는 이미 여러 번 방영된 것도 새로운 스타들을 기용해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키 백과를 보면 '소오강호'는 지금까지 무려 8차례나 TV물로 만들어졌다고 나옵니다. 1984년 첫 TV판은 주윤발이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네요. 또 이아붕 주연의 2001년판이 최고작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고 있는 것은 '신 소오강호 2018'로 최신작입니다. 화산파의 대제자 영호충이 정파 사파를 뛰어넘어 두루 교분을 나누고 또 인연과 기연을 얻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원작을 읽은 지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동방불패 캐릭터를 대폭 강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처음에는 영호충(정관삼)과 임영영(설호청), 동방불패(정우혜), 남봉황(류가동), 임평지(진신), 의림(강탁군) 등 주요 캐릭터들이 아이돌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영'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중국의 신인 배우하면 장쯔이에서 기억이 멈춰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대부분 신인급 배우들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원작에서 영호충은 그래도 20대 중후반일 것 같은 데 정관삼은 10대 후반으로까지 보입니다. 특히 원작에서 호방하지만 유들유들함도 갖추고 있는 영호충을 표현하기에는 정관삼이 너무 약해 보이지 않나 싶기도 했죠. 무쌍(다시 보니 살짝 있네요..)이라 그런지 비 정지훈 느낌을 주는 배우인데요, 그래도 보면볼 수록 호감이 갑니다. 연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1993년생이네요.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이따금 스토리가 연결이 되지 않거나(앞에서 생략한 이야기를 플래시백을 써서 뒤늦게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또 앞뒤 설정에 충돌이 있는 부분(예를 들어 죽음의 위기에 몰렸다가 노두자가 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오랜 세월을 걸려 만든 속명팔환을 먹고 기사회생한 영호충이 자신의 피를 뽑아 노두자의 딸에게 마시게 하는 데 나중에는 영호충과 대결을 펼치다 영호충이 토한 피를 뒤집어 쓰고 중독되어 죽는 경우가 나오기도 하죠. 영호충은 극 초반에 남봉황이 기르던 대형 뱀의 피를 마셔 핏속에 독이 있습니다.)이 있어 아쉽기는 한데,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 수록 은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G와 와이어 액션으로 떡칠하지 않은 무협 액션이 괜찮아 보입니다. 너무나 과장된 무협 액션들을 자주 접해 왔던 터라 '소오강호 2018'의 미덕으로 생각되는 데요. 물론 CG나 와이어 액션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임청하 이연걸 주연의 영화 '동방불패'(원작의 스토리를 전혀 다르게 재창조한 작품이죠)에서처럼 건물을 무너뜨리고 천지를 진동시키는 식으로 무예 대결이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그 유명한 '창해일성소'가 배경음악으로 이따금 깔리기는 하는 데 드라마 캐릭터들이 직접 부르거나 연주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아 아쉽네요. 1990년 호금전 정소동 서극 등이 연출한 영화 '소오강호'에서 곡양과 유정풍에게 이 노래를 전수받은 영호충이 심심할 때마다 불러제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영화 '동방불패'에서도 창해일성소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오강호 2018'은 김용을 모르거나 아직 무협 드라마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한 번 도전해볼만한 작품 입니다. 그 반대로 김용 팬이거나 무협 팬이더라도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소드 마스터: 절대 강호의 죽음'이라는 영화를 우연히 접했는 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숨겨진 걸작 느낌이었는 데요, 다음에 기회를 내어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최근 중국정부가 무협 등 사극 방영 금지령을 내렸다고 하는데요...무협 팬으로서 살짝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본 원고는 POOQ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콘텐츠연합플랫폼'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