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그림'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먼로(실라스 웨어 미첼), 닉(데이비드 지언톨리), 행크(러셀 혼스비)

  1970~80년에도 미국 드라마는 인기가 높았습니다.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원더우먼, 제5전선(미션 임파서블), 형사 콜롬보, 스타스키와 허치, 기동순찰대(CHIPs), 특수기동대(SWAT), 하와이 50수사대, 타잔, 에어울프, 전격Z작전, 맥가이버, A특공대 등이 떠오르네요. 미국 드라마를 보려고 영어도 모르면서 주한미군 방송인 AFKN을 보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1990년 대 들어서도 마이애미 바이스, 머나먼 정글, 레밍턴 스틸, 블루문 특급, 레니게이드, 제시카의 추리극장 등이 인기를 끌었는데 뭐니뭐니해도 90년대는 'X파일'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렇게 많은 드라마가 떠오르다니 새삼 놀랄 정도 입니다.

 

  요즘은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아야 1주일에 한 두 편 접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80년대까지는 토요일 오전이나 일요일 오후 등 프라임 타임 때 많이 방영됐지만 국내 드라마 수준이 올라가면서 점점 심야 시간대로 방영이 밀려났습니다.

 

  미드라는 단어가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다시 미국 드라마의 열풍을 재점화 한 것은 2002년 'CSI'를 필두로 한 수사물입니다. CSI 만해도 본편인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마이애미, 뉴욕, 그리고 사이버까지 나왔죠. 저는 수사물은 물론 CSI 시리즈를 필두로 NCIS,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FBI 실종수사대), 콜드 케이스, 몽크, 멘탈리스트, 크리미널 마인드, 본즈, 클로저, 미디엄 등을 즐겨 봤습니다.

 

  수사물이라는 큰 흐름 속에 색다른 판타지물도 은근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스트 위스퍼러, 미디엄(미디엄은 심령물과 수사물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등 심령물과 버피와 뱀파이어, 뱀파이어 다이어리 등 뱀파이어물 등도 인기가 많이 있었구요, 뱀파이어물의 사촌 형제 격인 틴울프도 있었네요.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지금 14시즌째 방영되고 있는 '슈퍼내추럴' 같은 초자연물 입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도 모두 큰 범주에서 초자연물이죠.

 

인기 있는 장르는 믹스 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Grimm)은 초자연물과 수사물을 결합해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6시즌이 완결됐습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책은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독일의 그림 형제는 1800년대에 유럽의 설화, 민화 등을 모은 책을 출간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7마리 새끼양, 백설공주 익숙한 외국 동화의 원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 형제는 모두 200편에 달하는 설화를 수집해 남겼는데요, 미드 ‘그림’은 그림 형제가 사실 괴물 헌터였고, 괴물을 잡으며 그들이 남긴 기록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책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동화에 나오는 괴물(동물) 등이 사실 인간들과 섞여 살고 있고, 이들이 인간을 해치는 것을 막기 이위해 그림 형제의 후손들이 대를 물려가며 싸워 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림으로서 초자연적인 괴물과 맞서싸워야 하는 운명이 포틀랜드의 형사 닉 버크하트(부르크하트)를 찾아오며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유령을 보는 것처럼, 사람들 얼굴이 아주 잠깐 동안 괴물처럼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또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마리 고모(마리 고모도 그림의 후예입니다)가 찾아오며 자신이 그림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점을 알게 되죠. 그림 형제의 원래 책은 실제로는 동화라기 보다는 끔찍한 내용이나 묘사도 있어 어른을 위한 이야기, 잔혹 동화라고도 하지요. 미드 그림은 그런 면에서 1800년대 원작 분위기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물론 세세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고, 모티브 만 갖고 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그림 형제의 동화책과 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닉을 연기한 배우 데이비드 지언톨리는... 미드 중에서는 역대급 꽃미남 주인공(물론 제 눈에 그렇다는)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1980년생인 이 배우를 처음 봤을 때는 슈퍼맨 리부트 시리즈의 주역을 맡았으나 다시 리부트 당한 비운의 배우 브랜든 루스가 떠올랐습니다. 그리스 조각상 처럼 생겼다는 면에서요. 지난해부터 ‘어 밀리언 리틀 씽즈’라는 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테러 사건을 마이클 베이 감독이 액션 영화로 옮긴 13시간에도 출연했지요.

 매 에피소드 마다 에피소드와 연관이 있는 그림 형제 동화책의 구절을 언급하며 시작합니다. 1시즌 첫회는 빨간 모자(망토)에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닉이 혼자 괴물들과 맞서는 것은 아닙니다. 동료 형사 행크(러셀 혼스비)가 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닉을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마리 고모를 잃고 혼자 초보 그림으로 남게 된 닉을 진정한 그림으로 성장시켜주는 괴물 세계의 조력자도 있습니다. 바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 늑대인간 먼로(실라스 웨어 미첼) 입니다. 이 두 배우들은 미드에 조연, 단역으로 자주 얼굴을 비추는 배우라 낯이 익은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그림에는 가까운 곳에 적이 아주 대놓고 등장하는데요. 닉의 상관인 레나드 서장(샤샤 로이즈)입니다. 첫 회부터 이 같은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합니다. 다만 괴물들과 한 편인 것 같으면서도, 닉의 눈에는 괴물로 보이지는 않아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그 정체는 2시즌에 가서야 드러나게 됩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이 관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죠.

 사실 미드에 아시아계 배우가 나오는 게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림에도 한 분 등장합니다. 닉이 근무하는 경찰서의 서전트(경사) 우(레기 리)입니다. 혹시 한국계가 아닐까 싶었는데 필리핀 출신이라고 하네요. 역시 다수의 미드에서 얼굴을 비쳤고요. 다크나이트와 캐리비안의 해적 등 영화에도 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본 원고는 POOQ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콘텐츠연합플랫폼'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