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있지만 ‘공각기동대’는 개인적으로 일람을 추천하고픈 작품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느껴지는 작품이 한 둘이 아닙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일본 사이버 펑크 물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퍼시픽 림’도 사실 일본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원작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특촬물이지만 태평양을 횡단한 '고질라'도 마간가지 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고스트 인 더 쉘과 ‘알리타: 배틀엔젤’처럼 애니 원작을 화려한 CG를 동원해 실사로 영상화 하기도 하고,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난데 없이 기동전사 건담이 뛰쳐 나오기도 합니다. 국경을 뛰어넘어 다른 국적, 인종의 문화에 영향을 주는 게 사실 좀 부럽기도 합니다. 물론 ‘드래곤볼 에볼루션’처럼 나와서는 안되는 망작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공각기동대’는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최초 만화 원작에서부터 극장판 애니메이션, TV판 애니메이션,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까지 다양한 시리즈가 존재하는 데 그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2002년 첫 선을 보인 TV판 공각기동대 : 스탠드 얼론 컴플렉스’(S.A.C) 시리즈입니다. 2004년까지 2기(S.A.C 2nd GIG)가 방영됐습니다. 한일월드컵 당시 나왔던 이 작품은 지금 봐도 그 작화나 연출이 시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공각기동대 하면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걸작으로 통하지만 난해한 느낌이 적지 않습니다. 인간과 기계(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더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래 인간이었던 자신이 지금은 인간인지 그저 복제된 껍데기에 불과한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지요.

 

 

공각기동대 S.A.C 1기

 S.A.C는 극장판의 그러한 철학적인 주제를 이어가면서도 거기에 대중성을 입혔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창작자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 궁금한 점은 작가들이 철학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부여했는지, 아니면 세상에 나온 뒤 수많은 독자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실사 영화 ‘고스트 인 더 쉘’(2017)은 극장판을 원작 삼아(일부 TV물에서도 모티브를 삼은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명장면들을 비주얼적으로 재연했지만 철할적인 주제를 함께 담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죠.

 

공각기동대 S.A.C 2기

 뇌를 빼놓고는 모든 신체를 의체화(사이보그화)한 쿠사나기 소령이 이끄는 공안 9과의 활약이 주된 이야기인데, 공안 9과는 대테러, 대 사이버 범죄 등의 임무를 맡은 특수부대입니다. 특수부대 안에는 신체 일부만 의체화한 대원들도 있고, 의체화를 싫어해 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원들도 있죠. 뇌를 통째로 디지털로 전뇌화 하는 게 유행하기도 합니다. 뇌를 또는 몸의 일부를 또는 전체를 의체화 하느냐는 경제력에 달린 문제입니다. 돈이 많으면 최신형 의체를 소유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그 반대이죠. 때문에 세상은 전뇌 해킹 등 사이버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빈부 격차, 차별에 따른 소요 사태나 테러가 빈번한 세계입니다. 1기의 메인 빌런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천재 해커 웃는 남자 입니다. 1995년 극장판에서는 인형사, S.A.C 2기에서는 개별 11인이라는 집단이 등장합니다.

 

 S.A.C에서는 인공지능(AI) 전차인 다차코마의 등장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입니다. 앙증 맞은 모양새의 이 인공지능 전차들은 공각기동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잘 구현해 해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의체화, 전뇌화는 사실 태어난 사람의 몸과 정신을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원래 영혼(고스트)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순수하게 무에서 창조된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과 비슷한 영혼을 가질 수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레플리컨트와 인공지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요. 이들이 회마다 막판에 등장해 풀어내는 짧은 엔딩 에피소드는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내년에 최신 '공각기동대' 시리즈가 공개된다고 지난해 말 정식으로 고지됐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고 합니다. 아직 공각기동대를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미리 예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S.A.C 시리즈를 연출한 카미야마 켄지와 시로 마사무네의 또다른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애플시드'의 아라마키 신지 감독이 손잡는다고 하네요. 타이틀은 '공각기동대 S.A.C 2045'입니다. S.A.C시리즈의 스토리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본 원고는 POOQ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콘텐츠연합플랫폼'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