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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밤 또 다시 고개숙인 한국 축구-스포츠서울 사진입니다.



  바레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8강에 갈 수 있을까요?
 47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커녕 사상 첫 본선 조별리그 탈락의 가능성이 큰 게 사실입니다.
 
혹자는 8강 진출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라고 합니다.그만큼 힘들다닌 이야기죠.그래도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산술적인 가능성은 있습니다.실제로도 한국 축구 역사에서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한 경우가 있었습니다.그래서 조금은 희망을 품어봅니다.아무래도 올라가는 게 떨어지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은 일이니까요.

  흔히 ‘도하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일대 사건이었죠.때는 1993년 10월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이었습니다.당시 아시아엔 월드컵 티켓이 2장 밖에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앞서 4차전까지 성적을 살펴보면(당시는 승은 승점 2점,무는 승점 1점으로 따졌습니다.)
1위 일본 2승1무1패(승점 5 골득실 +3)
2위 사우디 2승3무(승점 5 골득실 +1)
3위 한국 1승2무1패(승점 4 골득실 +2)
4위 이라크 1승2무1패 (승점 4 골득실 0)
5위 이란 2승2패(승점 4 골득실 -2)
6위 북한 1승3패(승점 2 골득실 -4)

이었습니다.

  일단 유리한 게 일본과 사우디였죠.28일에는 일본-이라크,사우디-이란,한국-북한전이 동시에 펼쳐졌죠.승부 조작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을 이기고 사우디나 일본 가운데 1팀의 불행(패배)을 기도해야 했습니다.최소한 한국이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사우디나 일본 가운데 1팀이 비겨도 2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날 거의 비슷한 시간에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제 기억으로는 사우디와 일본은 각각 2-1,1-0으로 모두 이기고 있었고,한국은 0-0으로 비기고 있었습니다.
  아마 현장에서는 다른 경기장 소식을 시시각각 전해들으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겠죠.

  한국은 후반 들어 고정운-황선홍-하석주의 연속골로 3-0으로 북한을 꺾었습니다.하지만 조금 앞서 사우디는 이란을 4-3으로 따돌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사우디를 따라잡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고,일본은 인저리타임이 진행 중이었는데 2-1로 이기고 있었죠.월드컵 본선 3회 연속 진출의 꿈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에 이겼지만 모두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걸어나올 채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 한국 광중석과 벤치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이죠.이라크의 자파르라는 선수가 경기 종료 직전 헤딩슛을 터뜨려 동점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한국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뒤엉켜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던 모습이 한국에 그대로 생중계됐고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당시 사상 처음을 월드컵 본선에 나갈 것으로 기뻐했던 일본 선수들은 망연자실하게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대성통곡하며 말이죠.바로 어제 바레인에게 패한 한국 선수들처럼.



  우스개 소리지만 당시 자파르라는 이라크 선수가 너무 고마와서 한국에서 팬들이 용품 지원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2000년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비슷한 사건을 일으켰습니다.당시 레바논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중국과 2-2로 비기며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중국은 그때까지만 해도 공한증이 있었죠.2차전에서 사단이 났습니다.쿠웨이트에게 0-1로 패했기 때문입니다.1무1패로 몰린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를 만나게 됩니다.한국은 이동국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격파했습니다.간신히 조 3위를 차지하며 당시 각조 3위 3개팀 가운데 2개 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8강에 나갔죠.한국은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에는 와일드카드가 없어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반드시 조 2위를 차지해야 합니다.최상의 시나리오는 18일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같은 시간 열리는 사우디-바레인전에서 승부가 나기를 빌어야 합니다.과연 1993년 도하의 기적이나 2000년 레바논에서의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18일 저녁이 기다려지네요.


  P.S.조별리그 탈락이나 8강 진출 여부와는 상관없이 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핌 베어벡 감독의 경질론은 대세를 이룰 것 같습니다.그동안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는 중론입니다.일각에서는 베어벡이 맡고 있는 동안 한국 축구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하네요.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