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격투기에 대한 단상
솔직히 격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격투기를 가끔 취재하거나 현장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중계하는 K-1이나 프라이드 대회를 보면 엄청 화려합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렸던 프라이드 대회에 직접 가볼 기회
가 있었습니다.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내뿜는 열기는 장관이었습
니다.그에 걸맞는 화려한 이벤트와 프라이드에 대한 상품 마케팅..
그랬던 프라이드가 요즘에는 심상치 않습니다.올해 대회도 거의 열지 못하고 있죠.
미국쪽으로 인수되며 노하우만 빼내지고 팽당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해외 대회에 견줘 국내 대회를 가보면 솔직히 초라할 정도 입니다.
표도르가 한 경기에 나설 때 받는 돈이면 국내 대회 여러 개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입니
다.
하지만 링 위에서 뿜어지는 열정은 슈퍼스타들이 격돌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
니다.오히려 더 소박하기도 하고 인간미가 넘치죠.저는 격투기를 스포츠라고 생각합니
다.물론 잔인하다,폭력적이다는 비난도 있습니다.하지만 어느 종목에 견줘서도 뒤지지
않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국내 격투기도 화려한 꽃
을 피우리라고 생각합니다.다음은 제가 최근에 모 웹진에 기고했던 졸고입니다.
시간에 쫓겨 쓰느라고 얼개가 엉성합니다.이전에 올렸던 '우리는 60억분의 1 사나이'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걍 국내 격투기에 대한 단상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윤동식...사람 좋은 호인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1.지난 2월 윤동식 선수를 만난 적이 있다.유도 스타에서 격투기 선수로 변신했던 그는 당시 1승도 따내지 못하던 상태였다.약 2년 동안 프라이드에서 4전 전패였다.윤동식은 K-1으로 무대를 옮기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 6월 첫 승을 신고했다.
2월 인터뷰에서 “더 이상 (패전의) 핑계를 댈 게 없다.”며 ‘4전 5기’의 굳은 의지를 불태우던 윤동식 선수의 눈이 떠오른다.
당시 윤동식 선수는 국내 격투기 시장이 뿌리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언젠가 현역 생활을 접으면 국내에서 격투기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며 돕고 싶다고 하면서도 국내 격투기의 뿌리가 깊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2.최영이라는 선수가 있다.재일교포 3세다.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운동을 하고 링에 서는 격투기 선수의 고단함을 온 몸으로 보여줬던 파이터다.그는 올해 초 한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돌아갔다.한국 격투기 팬들은 한국에서 뛰는 파이터를 무시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그는 지난달 비록 오프닝 게임이었지만 K-1 히어로스 대회에 나가 승리를 따냈다.
한국에서 종합격투기나 입식타격기는 ‘외래종’이다.그래서인지 국내 대회보다는 해외 대회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또 국내 대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선수보다는 해외 대회에서 뛰는 우리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간다.
2002년 말 케이블 채널 KBS SKY를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마니아층에서만 떠돌았으나 2005년 최홍만이 K-1으로 진출,성공가도를 달리며 그 인지도를 한껏 높였다.
2004년 말 격투기는 국회에서도 공론화되며 “야만적인 스포츠”로 질타를 받았다.당시 이경숙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국정 감사에서 공영방송인 KBS의 자회사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격투기를 방영하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걸었고,이듬해 KBS SKY는 격투기 중계를 중단했다.그랬던 상황은 격투기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게 되자 조금씩 달라졌다.지난 2월 공성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K-1 칸 대회위원장을 맡기도 한 것.이경숙 의원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2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격투기 대회를 앞장서서 홍보하는 국회의원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한국에서 격투기를 향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국내 격투기 자체는 아직도 깜깜한 새벽녘이다.2000년 이후 국내 격투기 단체와 대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많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그 인프라는 아직도 튼실하지 못하다.
이미 유명 스타들이 나오는 해외 대회를 즐기며 격투기와 만났던 팬들에게 국내 대회는 시시할 수도 있다.방송사도 마찬가지.해외 경기를 수억∼수십억을 주고 들여와 틀어댄다.국내 대회에 쏟는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뿐이다.
케이블 채널 XTM이 ‘Go! 슈퍼코리안 시즌 3’의 시작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은 그래서 반갑다.지난 2005년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에서는 최고의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우리 젊은이들의 땀 냄새를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는 그들.파이트 머니는 고작 수십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링에 오를 수 있는 순간에 가장 행복하다는 그들,자신의 주먹과 발에 모든 것을 걸고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만날 수가 있다.적어도 이 프로그램은 국내 격투기 팬들에게 국내 격투기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도 ‘얼음 황제’ 표도르 에밀리아넨코와 같은 ‘60억분의 1 사나이’를 가질 수 있을까.국내 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그 시기가 빨라질 것이다.
국내 격투기 대회 스피릿 MC에 나선 데니스 강의 기자회견 모습...데니스 강은 이 대회에서 최정규(오른쪽) 선수와 붙다가 주먹에 골절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승부를 겨뤄 승리를 이끌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