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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의 옥중서신 by 미아리홍
언론인으로서 10년 만에 구속됐다고 합니다.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입니다. 물론 노사 갈등이나 파업 문제에서만 보면 그렇습니다. 
(직업이 기자인 입장에서) 부끄럽지만 개인적 비리나 비위로 구속된 언론인이 그동안 여럿 있었습니다.
현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자세로, 아니 사회 전체를 대하는 자세로, 또 미디어 관련 법과 관련해, 이에 얽힌 언론노조의 총파업, YTN 사태 등으로 언론계가 뜨겁습니다. 이 뜨거움이 어느 방향으로 전도될지 모르겠습니다.
  
YTN 노조에서 노종면 위원장의 옥중서신이라는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발췌해서 기사에 인용하는 것보다 그대로 원문을 읽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에 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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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는 노종면 위원장의 구술 내용을 편지로 옮긴 것입니다.

 

구속되던 밤 노종면 위원장 옥중편지


5신 

 유치장 시간이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셋 모두 나갈 수 있을까? ‘나만 남는다면...’ 남들 앞에서 ‘위원장은 당연히 구속이지’하며 허세를 부려봤지만 결정의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혼자’의 무게를 실감한다.


 조선배와 덕수는 자고 있을까? 시간을 겪어내는 것이 버거워 눈을 붙여봤지만 생각이 복잡하다.


 신경을 온통 유치장 철문 밖으로 향했다. 결정이 나면 철문이 열리고 소식이 들어올 것이다. 눈을 붙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 철문쪽 자잘한 소음 때문이었다.

아-, 소식이 들어오는군.........................................................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문으로 조 선배와 덕수가 나갔다. 진수 소리가 그 문으로 들어오고 도현이 목소리도 들어온 듯하다. 둘이 나가고 둘이 들어왔으니 이곳은 여전히 셋인가? 괜찮다. 괜찮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두렵지 않다. 두려울 수 없다. 그리고 홀가분하다. 어차피 체포될 때부터 나의 구속은 정해져있었던 것을, 결정 기다린다고 괜히 조바심했다. 저들의 협박에 대서던 그 순간부터 다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을 알면서도 모른 채 해왔던 거다.


 며칠 뒤 나의 몸은 구치소로 옮겨질 테지만 나의 마음은 YTN에 남아 저들과 싸울 것이다. 저들은 나를 구속시켰다고 승리감에 안도할까? 우리 조합원들이 그렇게 놔둘리 없다. 언론인들의 연대가, 민주 시민의 연대가 그리 놔둘리 없다. 그래서 끝이 보이는 싸움이며, 저들이 지고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다.


 훌륭히 싸우겠지만 한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조합원들이 나를 지키는 싸움을 하지 말았으면...뜨거운 분노보다는 차가운 판단으로 대처해줬으면 나는 이미 명예를 얻었으니 인신의 구속에 매여 분노를 촉박시키고 나면 싸움은 어지러워지고 명예는 공허해질 것이 분명하다.

 선배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지혜와 외부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유연함만이 저들이 원하는 파국을 피해 종국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음을 조합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합원들의 뜨거운 동지애와 현명함을 믿으며 연대의 아름다움을 믿는다.

 그러하니 나는 이제 마음을 보다 투쟁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심신의 안락을 도모하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쇠창살에 적응하기 위한 마음의 준기가 거의 다 되었다.


 이제 눈을 붙여보자.


 2009년 3월 24일 노종면


6신 


 구속영장을 보여준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을 한다고 적혀 있다. 아이가 셋이고 앵커까지 했던 내가 도망을 친다? 채증자료 빼곡이 법원에 제출됐는데 증거를 어찌 없앤다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그저 정해진 것이라고만 했다면 나을 것을, 무엇을 찍으란다. 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봤다는 뜻으로 찍는 것이란다. 찍었다. 그리고 웃었다.

 코미디다. 이 코미디에 내 가족이, 내 동지가 운다.


 Don't cry for me, YTN!

2009년 3월 25일 노종면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