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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3 엔니오 모리코네 공연 감상기 2 by 미아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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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식홈페이지(www.enniomorricone.com) 메인화면 사진



한국 나이로 치면 올해로 80세입니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이번이 한국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홍보가 아니더라도 영화 미션에 담긴 지구안의 천상을 끝낸 뒤 거의 기립박수를 받고 무대를

비웠던 그가 끊이지 않는 박수 소리에 다시 나와

첫 번째 앙코르곡으로 영화 시네마천국의 메인 테마와 러브 테마를 지휘했을 때

특히 러브 테마가 흘러나올 때 갑작스레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이어 다시 퇴장...그리고 또 계속 이어지는 박수 박수 박수.산전수전 다 겪어봤을 이 노인네

는 이번에는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의 손을 잡고 나옵니다.그리고 그녀의 소프라노가 화려

하게 수놓아지며  영화 석양의 무법자에 실린 엑스타시 오브 골드가 다시 한번 선사됩니다.

이 곡은 그가 작곡한 음악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앞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과 함께 했던 서부 영화 테마에서 연주했었는 데 다시 한번 꺼내놓습니다.같은 날 라이브로

두 번이나 듣게 되다니 운이 좋았습니다.제가 워낙 좋아하는 곡이라.

박수 소리는 정말 멈출 기미를 모릅니다. 나이 지긋한 이 양반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새로

거푸 답례 인사를 하며 다시 종종 걸음으로 무대를 빠져나가지만 객석에 앉는 것을 잊어버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는 다시 그를 무대로 불러 올립니다.정말 몸둘 바를 몰라하는 몸짓이

음악만큼 더 친숙하게 다가오네요.이어지는 곡은 영화 사코 앤드 반제티에 나오는 here's

to you.이 곡이 끝나자 이 할아버지는 이게 정말 끝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지휘단상에 있던 악보책을 탁탁 접더니(ㅋㅋㅋ 진짜 마지막이었다는 신호를...)

옆구리에 끼고 바이올린 수석연주자를 이끌고 내려갑니다.

그제서야 80인조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100인조 합창단은 무대를 떠나기 시작

하고 관객들도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공연장을 나오니 시간은

약 11시10분.


휘리릭 시간을 3시간30분 전으로 돌려봅니다. 저를 이날 엔니오 모리코네 공연에 초대해준 분

과 만나기로 한 시간은 7시30분.10분 늦어 40분에야 만났네요.장소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K-1 대회를 봤는데 3일 만에 또 오게 됐습니다.같은 공간인데

이렇게 이질적인 이벤트가 열릴 수 있다니 참 묘한 기분이 듭니다.아마도 격투기 무대를

해체하고 다시 오케스트라 공연 무대를 만드는 데 많은 인원이 투입됐을 것입니다.사실

이 장소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죠.급하게 준비를 했는지

음향기기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귀를 찢는 듣한 스크래치 잡음이 연주 도중 잠깐 일어나기

도 했습니다.

어쨌든. 일단 요기를 하려고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몇개 되지 않는 주변 음식점은 모두 만땅.

결국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와 공원 벤치에서 때웠죠...공연 시작은 8시30분...10분을 앞두고

이제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줄이 뱀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온 광장을 배배 꼬며

늘어서 있네요.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입구를 너무 적게 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2개 일까요..이곳 저곳에서 불만 가득찬 소리가 나옵니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공연이 시작하며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늦었다는 생각에 프로그램 사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겨우 자릴를 잡았습니다. 공연은 약 20분 늦게 시작했습니다.K-1 때도 1만6000명 이상 왔었는

데 이번에도 드문 드문 빈자리(특히 바닥 VIP석)가 있기는 하지만 정말 많이 왔습니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적어도 K-1 이상부터 최대 2만명까지 온 느낌입니다.모리꼬네 아저씨

정말 인기 있구나 새삼 피부로 느꼈죠.
 
다섯가지 테마로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삶과 전설-사회 속의 시네마-조각난 악보들-세르지오
레오네 신화의 모더니티 사회 속의 시네마-비극,서정 그리고 서사시의 시네마 순입니다.

첫 번째 테마는 영화 언터처블로 시작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곡인 데보라의 테마  파버티(빈곤) 영화 피아니티스트의 주제곡 등으로 흘러갔죠.

두 번째 테마는 영화 알제리의 전투와 완전 범죄,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 순으로 이어졌습니다.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음악은 귀에 익은 느낌이었습니다.

’세 번째  테마에서는 영화 어느 날 밤의 만찬,시실리안 패밀리,막달레나  등 그의 고향인
이탈리아 영화음악으로 채워졌습니다.

네 번째 테마의 머릿곡은 너무도 유명한 석양의 무법자의 메인 테마.이 음악이 나오자 제 뒷자리에 앉은 한 아줌마(추정)들이  이제야 나오네 하며 수근수근.아줌마들도 서부영화는 많이 봤군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이 아줌마들 공연 내내 뒤에서 부스럭 거리며 신경을 긁더군요.  레오네 감독의 서부영화 시리즈 완성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역시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엑스터시 오브 골드가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마지막 테마에서는 주로 영화 미션의 곡이 이어졌죠. 가브리엘의 오보에,폭포,‘지구 안의 천상  등등.

영화 러브 어페어나 황야의 무법자 등 몇곡이 셋리스트에서 빠진 것은 입맛을 다시게 했죠.

공연장을 나와 프로그램을 사려고 하는데 이게 또 장사진입니다.올림픽 공원은 공연이나

경기가 늦게 끝나면 집에 가는 교통편이 좀 나쁜 편입니다.줄을 서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보고 들은 공연 가운데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순간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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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타시 오브 골드에 대해 한마디.

원래 제목은 the good,the bad and the ugly입니다.착한 놈,나쁜 놈,그리고 추한 놈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요? --;;

국내에서는(아마도 일본에서 그렇게 번역했겠지만) 석양의 무법자로 개봉한

1966년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작품입니다.음악은 물론 모리코네.

메인 테마도 유명하지만 엑스타시 오브 골드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혹시 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메탈리카가 록 버전으로 이 노래를 편곡 연주하고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했던 것을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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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주인공들.맨왼쪽 착한넘 블론디를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운데 추한 넘 투코는 앨리 왈리치,오른쪽이 나쁜 넘 엔젤아이즈로,리반 클리프죠.모두 서부영화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연기자들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숨겨놓은 금화를 차지하기 위한

총잡이들의 물고 물리는 다툼을 다루고 있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추한 넘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투코의 인간적인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갖은 고난 끝에 금화가 뭍혀있는 공동묘지에 투코가 가장 먼저 도착할 때

흐르는 음악이 엑스타시 오브 골드입니다.그 장면을 올려봅니다.




Posted by 미아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