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없었기 때문에 불편한 것도 모르겠고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 곁눈질을 한창 할 나이라 의아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함께 한 박현은 부산 동주여상 코치는 “얘가 아주 독해요.”라고
귀띔했다. 농구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일부러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 초교 4학년 때
그냥 재미있어 부모 반대에도 고집을 부려 시작한 농구는 이제 강아정에게 모든 것이 됐다.
|
강아정은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이다. 최근 슬로바키아에서 막을 내린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세계여자선수권에서 당당히 득점왕에 올랐다.9경기를 뛰며 평균 24.9점을 꽂았다. 출전 선수 중 20점 대는 그가 유일했다. 리투아니아전에선 무려 41점을 뽑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초 1승이 목표였던 한국은 강아정의 활약으로 16개 나라 중 8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국 남녀 농구를 통틀어 세계 무대 득점왕에 오른 것은 극히 드문 일.23년 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여자농구가 은메달을 딸 때 김화순이 득점 1위를 차지한 게 떠오른다.1980년대를 주름잡던 김화순도 공교롭게 동주여상 출신. 최근 스타 출현에 갈증을 느낀 여자농구계가 강아정을 단비로 여기는 이유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슛이 일품이다.3점슛을 던지는가 하면 어느새 골밑을 돌파한다. 밤 늦게까지 하루 500개 이상 던지고 던진다.“슛만큼은 자신있다.”고 했지만 혼자 욕심부리기보다 동료에게 찔러주는 패스 감각이 있어 더욱 도드라진다. 칭찬에 인색한 유영주 해설위원이 “농구를 알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 강아정의 플레이를 지켜본 정인교 신세계 감독도 “슈터로서 체격이 좋다.
가다듬을 부분이 있지만 대성할 재목”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0월 드래프트 후 프로무대 돌풍 예고
세계 무대에서 훨훨 날았던 기억도 잠시.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성인 무대가 그 것.
올해부터 여자프로농구가 단일리그로 바뀌며 2개월 정도 이르게 펼쳐진다.
강아정은 10월 중순 드래프트 이후 같은 달 말 곧바로 개막하는 프로무대에 선다.
드래프트와 관련해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1순위 지명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고교무대와 프로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열심히 땀을 흘려 선배들과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스스로 가장 보강해야 할 부분으로 체력을 꼽았다.
당장의 목표는 전국체전 우승.2학년 땐 단출한 7명으로 모교에 5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안겼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 결승에서 삼천포여고에게 모두 져 아쉬움을 남겼다.
3학년 5명이 졸업하면 팀 운영이 힘들 정도다. 명문 동주여상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우승이 절실하다.
노력으로 맺은 열매는 아무 이유 없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강아정. 그는 “언젠가 성인 대표로 뽑혀 박정은, 변연하 선배처럼 한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부산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출생 1989년 7월25일 부산생
●체격 180㎝,65㎏ ●취미 음악듣기
●학교 아미초-대신초(4학년 때 전학)-동주여중-동주여상 3학년
●가족 아버지 강진석(47), 어머니 조향조(45)씨, 언니 강유정(20)
●경력 소년체전 초등부 우승(2001), 남녀종별대회 여중부 우승(2004), 대통령기 여고부 우승(2006),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3위,19세 이하 세계선수권 8위 및 득점 1위(이상 2007년)
기사일자 : 2007-08-31 29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