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코를 위한 변명
사직체육관 천정에 걸린 선수들 모습입니다
어제 부산 사직체육관 갔었습니다. 정말 크더군요. 1만2000석 가량이라고 하던가요.야구경기도 건너편에서 열리고 있어 사직벌은 스포츠 열기로 가득했습니다.야구가 있었음에도 7000명이 넘는 관중이 체육관을 찾아 올시즌 KTF 인기를 실감케했죠.
다들 아시겠지만 LG 퍼비스 파스코가 최악의 폭력 사태를 벌였습니다.현장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야생 맷돼지처럼 심판을 향해 돌진하는 그가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사실 저는 파스코의 플레이를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기본기가 모자라 보이기는 하지만,골밑에선 무조건 덩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장난이 아닙니다.기실 덩크 외에는 미들슛이나 외곽포가 전혀 없죠.자유투도 좀 딸립니다.KTF와의 1차전에서는 자유투 5개 가운데 4개를 넣어 경기가 끝난 뒤 그날 자유투가 부진했던 신기성은 "다음에는 파스코보다 자유투를 잘 넣도록 하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오늘 폭력 관련 기사를 하나 썼습니다.찰스 민렌드가 이야기했던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
‘용병은 아픔도 모르는 기계인가요?’
지난 1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KTF 선수와 심판에게 손찌검을 한 퍼비스 파스코(LG)가 결국 퇴출됐다.한국농구연맹(KBL)은 13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고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며 파스코를 제명했다.또 자극적인 언행으로 파스코를 자극한 장영재(KTF)에게도 1경기 출장 정지와 5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앞서 LG는 “코트 내 폭력은 그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파스코를 퇴단 조치하기도 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 20명이 코트를 누빈다.정규리그 때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경우는 대부분 용병들의 몫이다.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농구를 무시하고 말 그대로 모두 성격이 다혈질이라 그러는 것일까?폭력은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나 일부 국내 선수가 주 득점원인 용병을 위협적인 반칙으로 막는데도 묵인되는 경우가 많아 폭력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범적인 한국형 용병으로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르는 찰스 민렌드(LG)는 “심한 파울을 받을 때는 흥분할 때가 있다.”고 외국인 선수로서의 애환을 털어놨다.
그는 “농구를 해야 하는 데 반칙을 위해 나오는 선수들도 있다.”면서 “위협적인 반칙을 심판이 보지 못하면 심판에게 이야기하는 데 그냥 뛰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또 “우리도 프로이고 심판도 프로가 분명하지만 코트에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쌓이면 불신으로 이어지고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라면서 “여러 나라에서 농구를 해봤지만 유독 KBL만 그런 반칙을 내버려 둔다.코트 안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현주엽(LG)은 “살짝 만지기만 해도 반칙인데 긁거나 무리하게 잡아당기는 등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반칙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면서 “국내 선수끼리는 서로 잘 알고,(팀을 옮기다보면)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몰라 그런 반칙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to>/<fs8>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대개 농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습니다.
올시즌 테크니컬 파울 순위를 알아볼까요.
1위 피트 마이클(오리온스) 21회
2위 애런 맥기(KTF) 14회
3위 단테 존스(KT&G) 13회
등등 입니다.물의를 일으킨 파스코는 8회.국내 선수로는 서장훈(삼성)이 6회로 많습니다.
이들보다 수치상으로 가장 성질이 드러웠던 선수는 키마니 프렌드(전자랜드)입니다.시즌 도중 전자랜드에 합류한 프렌드는 친근한 이름과는 달리 9회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습니다.
32경기를 소화하며 낸 기록이니 빈도수가 높죠.
또 각설하고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외국선수들은 모두 성질이 드러워서 그런 것일까요?
민렌드가 했던 말은 파스코의 폭력 사태를 곰곰이 되씹어보게 합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승부도 중요하지만 멋진 경기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질 땐 지더라도 치졸하지 않고 멋지게 져야죠.
하지만 승리에 집착하게 되면 오염이 되고 맙니다.
심판 모르게 상대 빅맨이나 용병들을 까고 때리고 꼬집고 할퀴고...서장훈은 이번 시즌 도중
"올시즌 농구하기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어린 후배들이 까고 때리고 꼬집고 기타등등
하는데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쇠 귀에 경 읽기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감독들도 이런 반칙을 방치합니다.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죠.
심판들도 용병들이 항의 해도 대충 뭉게고 갑니다.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까요?
민렌드는 "말이 잘 통하지 않을 지는 몰라도 만국 공통인 농구 용어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더군요.
"리그 초반부터 심판이 강하고 일률적으로 판정을 내렸으면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하던 신선우 감독의 말처럼 애시당초 심판들이 세게 나갔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물론 공정하게 적용을 해야죠.
주먹을 휘두른 마치 짐승같았던 파스코가 물론 결과적으로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용병도 인간입니다.감정과 아픔을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농구 코트에 서면
그들도 동업자 입니다.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파스코 사태가 왜 돌출됐는지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경기가 끝난 뒤 한 타사 기자가 "한편의 저질 활극을 봤다."고 냉소했습니다.가슴이 아팠습니다.대다수 팬들이 그렇게 느끼는 날이 오면 농구는 물론 어떤 스포츠라도 설 자리를 잃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