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스페셜
축구국가대표팀과 같은 고민을 하는 여자프로농구
미아리홍
2007. 11. 8. 16:58
여자프로농구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골결정력 부족,골 가뭄입니다.
7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렸던 삼성생명과 신세계의 여자프로농구 경기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51-47.삼성생명의 승리였습니다만 양 팀 득점 합계가 100점이 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썩 좋지 못했습니다.WKBL 관계자의 얼굴이 좋지 않았습니다.이번 시즌은 여자프로농구로서는 큰 시험에 놓인 시기입니다.팀 내 주득점원인 용병이 없기 때문이죠.경기는 역시 골이 많이 나와야 재미있는지라 용병이 없다는 게 득점의 빈곤으로 이뤄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일단 시즌이 시작된 뒤 개막전 우리은행-삼성생명전이 조금 지루하다가 이후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서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아 안심하는 분위기였다가 이날 또 초상집이 됐습니다.7일까지 11경기를 치렀는데 100점이 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물론 역대 양팀 최소 점수인 94점이나 한 팀 최소 점수인 43점을 깨뜨리진 못했지만 너무 쉬운 단독 레이업슛을 놓치거나 완벽한 오픈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양쪽 코트를 왔다갔다했지만 소득이 없는 경우가 계속 이어지기도 했습니다.상대에게 막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던져버리는 그 씁쓸함..이 경기는 정말 재미없는 농구의 전형이었습니다.
정인교 신세계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47점을 넣어 프로농구라고 할 수 있게느냐.'고 자조섞인 이야기를 하더군요.외국인 선수가 없기 때문에 승패도 중요하지만 더 큰목적인 경기의 질을 높이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정덕화 삼성생명 감독의 반응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청심환 먹고 나와야 할 것 같다며 승패를 떠나 창피한 경기라고 했습니다.우리 선수지만 프로인데 이지샷을 놓치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한국 여자농구의 확실한 득점원 변연하.
삼성생명의 주포 변연하 선수의 말을 들어볼까요.그는 용병이 50~60 %정도의 득점을 해줬는 데 그게 안되고 안(골밑)에서 득점이 없으니 바깥에서 던지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또 용병에게 공을 주고 1대1일 맡기면 국내 선수들이 잠깐 잠깐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 용병이 없으니 국내 선수끼리 많이 주고 받으며 움직이니까 빨라지기는 했지만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너무 일찌감치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사실 앞으로도 이런 경기는 여러번 나올 수 있습니다.센터 본능을 잃어버린 국내 선수들이 거듭된 연습과 훈련으로 본능을 되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이전에 용병에게만 이 중요한 자리를 맡기다보니 센터 자원도 부족해지고 그나마 있는 센터 자원도 용병에 밀려 경기 감각을 잃기 십상었죠.로포스트 공략이 활발해야 외곽 공략도 균형을 찾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안해봐서 못하는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자신감이 떨어지니 확실한 기회에서 엉뚱하게 다른 선수에게 슛 기회를 미루기도 합니다.
이거 아십니까? 여자프로농구에서 양팀 통틀어 200점 이상 쏟아내며 남자 농구 못지 않은 화끈함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2003년 8월3일 여름리그 당시 삼성생명이 금호생명을 118-96으로 꺾은 적이 있죠.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삼성생명 출전 멤버가 김영화(9점) 이미선(28점) 박선영(2점) 조은주(4점) 변연하(18점) 박정은(34점) 김계령(23점)이었죠.당시 거액을 주고온 용병 바우터스는 부상으로 뛰지 못했습니다.금호생명은 맥케인(13점) 김수경(3점) 김진아(3점) 박은진(11점) 강민정(0점) 강현미(10점) 이은영(5점) 곽주영(19점) 마아시(32점)이 나왔습니다. 삼성생명이 호화라인업이었지만 용병이 없는 상태에서 용병이 2명이나 뛴 금호를 이겼다는 것!
조만간 여자농구에서 이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