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스페셜
최홍만,부끄러운 승리(K-1허접 관전기)
미아리홍
2007. 9. 30. 17:07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갔다왔습니다.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16 개막전을 봤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많이 왔더군요.링 아나운서가 1만6652명이 찾아왔다고 여러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국내에서 봤던 대회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 같습니다.
저랑 같이 갔던 친구가 늦게 오는 바람에 오프닝 게임과 김영현 경기,그리고
바디 하리 경기를 보지 못한 게 좀 아쉽네요.
일단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일단 김영현은 무난하게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입니다.
오늘 TV 녹화중계를 보니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것-니킥과 로킥-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판정승을 거뒀네요.무리수도 두지 않고 체력 안배도 잘 한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최홍만이
데뷔했을 때 같은 허우적거림은 보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펀치가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악동 바디 하리는 더그 바이니를 2회 1분23 초에 오른손 한방으로 KO를 시켰네요.
자 본격적으로 관전기를 시작합니다.
1. 세미 쉴트와 폴 슬로윈스키
-경기에 앞서 영상을 보여주는 데 어네스트 후스트가 슬로윈스키를 조련시키며 세미 쉴트
타도를 외쳤습니다만 슬로윈스키가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세미가 주로 거세게
나갑니다.슬로윈스키도 특기인 로킥과 롱훅을 날리며 저항을 하지만
순간적으로 파고들어간 세미가 슬로윈스키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왼쪽 니킥, 슬로윈스키는
고목나무처럼 쓰러져버립니다.1회2분26초만에 KO승.역시 격투머신 다운 경기였습니다.
2.레미 본야스키와 스테판 블리츠 레코
-지난해 파이널에서 레코에게 로블로(낭심차기-일명 고추차기)를 당하며 고통스러워 하던 본야스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주최측에서도 관련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네요.그네를 타며 우울한 모양새를 보이던 본야스키의 모습이 웃깁니다.레코는 본야스키가 선수가 아니라 영화 배우 같다.
머 쪼잔하다는 식으로 공격을 했습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본야스키가 앙갚음을 하려는 듯 붕붕 날아다닙니다.껑충껑충 뛰며 왼발 하이킥으로 레코를 공격하더니 특유의 플라잉니킥을 마구 마구 날리죠.레코도 뒤지지 않고 반격을 시도하죠.그런데!!
본야스키의 킥이 조금 낮게 들어오는 순간,레코가 움찔 하며 낭심을 맞은 것 처럼 동작을 하더니 '난 아무렇지 않다.'는 제스처를 하며 본야스키를 약올리네요.ㅋㅋ
본야스키가 기어코 레코의 얼굴에 플라잉 니킥을 쑤셔 넣었습니다.레코는 다운당한 뒤
일어나서 경기 의사를 밝혔지만 어찌된 일인지 심판은 8까지 카운트하고 경기를 끝내버립니다.--;; 제가 보기에는 레코가 입은 데미지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죠.
본야스키에게 승부를 밀어주는 듯한 인상이 짙었습니다.더 붙었더라면 경기는 더욱 불꽃이 튀겼을 것 같은데 말이요.
3.글라우베 페이토자-할리드 디 파우스트
간식거리를 사러 나와서 1라운드는 보지 못했습니다.매점이 인산인해....하지만 세어 나오는
함성소리가 화끈한 링 분위기를 전달했습니다.1라운드에서 페이토자가 무대포로 밀고 들어오는 파우스트에게 니킥과 잽을 적중시키며 두 차례 다운을 빼앗았다고 합니다.페이토자는
하이킥과 연타로 맞서고 파우스트는 붕붕 롱훅을 날리며 달겨드네요.2회부터 체구가 작은 파우스트가 계속 밀어붙이고 페이토자가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네요.
맞아도 맞아도 주눅들지 않고 펀치를 휘두르는 파우스트에게 관중들이 박수를 보냅니다.파우스트가 더 때려보라, 한 번 들어와 바라 하는 식으로 페이토자를 약을 올립니다.
난타전 끝에 페이토자가 심판 판정 3-0으로 이겼지만 관중들은 오히려 파우스트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4.제롬 르 밴너-박용수
-원래 루슬란 카라예프가 나오기로 했다가 출전이 무산되는 바람에 박용수라는
대타를 내세웠습니다.정말 보고 싶지 않은 경기였죠.링 아나운서가 박용수를 올림픽에
나갔으면 금메달을 땄을 거라고 하는데 사실 좀 코웃음이 났죠.올림픽에 안나간게 아니라
못나갔기 때문이죠.지난 홍콩 대회에서의 우스꽝스런 촌극도 기억나고 저는 사실 박용수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태권도에서 오는 발차기 외에는 그다지 보여줄 것도 없는 파이터기 때문이죠.한마디로 격이 맞지 않는 경기였습니다.박용수로서는 영광적인 순간이었지만 말이죠.
같이 갔던 친구가 한 10초는 버틸까?라고 이야기하더군요.시작과 함께 박용수가 하이킥을
거푸 날립니다.하지만 가드는 전혀 안하더군요.원래 그게 박용수 스타일이고...역시나 밴너의 강력한 오른손 훅을 맞고는 그대로 무너져 버립니다.공식 기록은 1회 54 초 KO였지만
40초도 안걸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아~정말 박용수....하려면 제대로 훈련을 하던가...그렇게
하려면 판을 접든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태권도 운운하며 나오는게 솔직히
창피합니다.
5.후지모토 류스케-사와야시키 준이치
-이 경기를 놓고 무사시의 후계자가 결정되는 경기라고 난리법석을 떨었죠.일본에서는.
이날도 관전을 나온 무사시를 카메라가 잡아주는 센스도 발휘됐네요.무사시가 화면에 나오니
관중 함성이 나왔습니다.하짐 조금 뒤 데니스 강이 화면에 잡히자 더 큰 박수와 환호가 흘러나왔죠.참 데니스 강이 까메오로 영화에 출연한답니다.색즉시공2 --;;
1라운드에서 사와야시키가 코피가 나오며 닥터스톱이 2차례 이뤄지고 분위기가 좀 하강 모드입니다.사와야시키가 불리할 것이라고 처음에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분위기를 역전시킵니다.2회에 니킥을 후지모토 옆구리에 적중시키며 다운을 뺏더니 3회에는 후지모토가 사와야시키의 니킥에 연신 슬립다운을 당하네요.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습니다.심판은 계속 후지모토를 일으켜 세우며 좀 이겨줬으면 하는 눈치마저 보이지만 후지모토는 열심히 나뒹굴다가 결국 한 회 3번 연속 다운으로 무너집니다.후지모토의 경기는 여러번 봤는데 머랄까 독한넘이라는 인사을 받았었죠.하지만 이날은 영 아니었습니다.사와야시키 준이치는 퇴장하다가
무사시쪽으로 가서 인사를 건네는 센스를 발휘...
6.피터 아츠-레이 세포
-정말 기대되는 경기였는데 정말 실망스럽게 끝났습니다.사실 이번 대회가 한국이 아니었다면 메인 이벤트가 됐을 수도 있는 경기죠.피터 아츠와 레이 세포..
아마 이날 등장할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들이 아닌가 합니다.물론 최홍만 등 한국 선수 빼놓고요.아츠는 집요하게 로킥으로 세포의 다리를 공략합니다.까고 또 까고...처음에는
웃음 짓던 세포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죠.맷집이 캡으로 알려진 세포였지만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요.아츠는 세포가 다소 절룩 거릴정도로 집요하게 로킥을 날렸고,결국 세포의 발을 묶어 버리는데 성공합니다.발을 묶고나서 펀치러시.
결국 로킥으로 세포를 나뒹굴게 만들기도 하죠.1회가 끝났을 때 세포는 자기 코너에서
제대로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합니다.결국 휙 날아든 흰수건......아.....
세포가 이러면 안되는데...제대로된 펀치 한방 날려보지 못하고 세포가 무너졌습니다.
7.드디어 최홍만과 마이티 모.
-확 링을 뒤엎고 싶었던 경기 가운데 하나죠.이날 한국 선수들이 나온 경기는 정말 재미없었습니다.그 가운데에서도 이 경기가 최고봉이었죠.게다가 밀어주기로 보이는 더티한 판정까지 겹치며 최홍만을 부끄러운 승리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일단 최홍만은 이날 지난 홍콩대회 처럼 사우스포로 나옵니다.격투기 데뷔 이후로 제대로 된(?) 왼손가드를 하죠.왼손으로 자신의 왼쪽 얼굴을 보호합니다.마이티 모의 펀치에 대한
준비죠.모가 들어올라치면 앞차기...들어올려고 하면 또 앞차기 물론 최홍만의 발차기에 모가 맞을 리가 없죠.모는 끊임없이 최홍만 품을 파고들려고 노리고 또 노립니다.그러다가 모가 롱훅을 날리며 공격해오면 최홍만은 놀란 닭마냥 푸드덕 거립니다.제대로 된 펀치를 날리기 보다 클린치하고 밀어내기에 바쁩니다.그러다가 실소를 자아내는 꿀밤 때리기? 한방.. --;;
앞에서 보고 있던 외국인(마이티 모를 열라 응원하는 것을 보니 미국인인듯합니다.)이 열라
박장대소를 합니다.화들짝 화들짝 놀라기만 하던 최홍만은 주변을 모가 공격을 들어오면
니킥 등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작전을 세운 것 같았지만 엉성한 자세라 별로 효과가 없네요.
게다가 1회 중반 결정적인 문제의 장면이 나옵니다.최홍만의 어색한 앞차기를 합니다.모가 사타구니를 잡고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워하네요...근데 난데 없이 심판이 카운트를 하기 시작합니다.다운으로 인정한거죠.황당해 하는 모는 고통을 없앨 시간도 없이 바로 다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그 거대한 발로..거기를 맞았으니 얼마나 아팠을까.설사 비껴맞았다고 해도 말이죠.2회와 3회에도 모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자꾸 최홍만과 거리를 좁히려고 하며 공세적으로 나옵니다.최홍만은 자꾸 도망가고...
결국 판정으로 갑니다.한국 심판은 28-28로 동점을 주네요..나머지 일본 심판 2명은 30-28로 최홍만의 손을 들어줍니다.최홍만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판정 결과에 후회는 없다. 승부에 대한 결정이 났고 그 결정은 옳다고 본다."고 했다네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최홍만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이날 심판 판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거죠.
훈련은 죽도록했다는 최홍만...하지만 보여준 것은 왼손 가드와 푸드덕 거리기...
절대 맞지 않는 앞차기...만원 관중 앞에서 최홍만은 이기긴 이겼으되 제대로 체면을 구겼습니다.본인은 작전대로 했고 이겨서 만족한다고 했지만 말이죠.
**12월에 열리는 파이널 토너먼트에서 최홍만은 제롬 르 밴너와 격돌한다고 합니다.과연...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K-1월드 그랑프리 파이널(12월 8일·일본 요코하마)
제롬 르 밴너(프랑스) vs 최홍만(한국)
세미 쉴트(네덜란드) vs 글라우베 페이토자(브라질)
바다 하리(모로코) vs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
피터 아츠(네덜란드) vs 사와야시키 준이치(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