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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조지 클루니를 만나다.

미아리홍 2007. 9. 21. 14:54

터키에서 조지 클루니를 만났습니다.

나중에 몰매 맞을 것을 대비해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자칭' 조지 클루니를 만났습니다. --;;

일단 얼마나 닮았나 한 번 보시죠.

아,제 얼굴이 공개되고 말았네요.--;;옆에 아저씨가 자칭 조지 클루니..닮았습니까?


터키 이스탄불 술탄 마흐메트 지구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에 갔다가 만난 양반입니다.

이 곳은 약 5000개 가량의 점포가 모여 있는 곳이랍니다.정말 넒고 길이 복잡해서

다 돌아다니지 못했습니다.이 아저씨는 집에서 만든 넥타이와 스카프를 파시는 분입니다.

원래 일본 중장비 회사 이스즈(isuzu)에서 제품 품질을 검사하는 일을 했다고 했는데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 받아 그랜드 바자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점포가

한 40년은 됐다고 한 것으로 기억납니다.우리 나라 처럼 바자르에 있는 상점 대부분이

권리금 같은 것을 받고 임대하는 것인데(나라가 한 사람에게 임대하면 그 사람이 또 새끼치는
방식 같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빌렸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점포를 팔라고 해도

팔 생각이 없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더군요.

터키 이스탄불 대학 상경학부를 나왔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못하는 편이었지만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아저씨 이름은 Turan BOZKURT 였습니다.

명함을 주는데 명함에 조지 클루니라고 사인을 해서 주더라구요..

자신을 스스로 조지 클루니의 트윈 브라더 라고 우스갯 소리를 하며..

그랜드 바자르가 너무 좋은 곳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 제품 퀄리티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예를 들어 100달러 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일단 500달러 정도로 부르고

이후 흥정에 들어가며 값을 낮추고 하는데 그러면 물건 퀄리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래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이 상점 저 상점 같은 물건을 파는 곳은 많은데

흥정 여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니까요.하지만 흥정하는 게 또 이곳을 들르는

재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물을 먹었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더라구요.시장에 점포가 5000개 정도가 되지만

자신처럼 대학을 다닌 사람은 50명이 채 안된다고 했습니다.그러면서 교육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 맡고 있는 분야가 스포츠 쪽이라

셰뇰 귀네슈 감독에 대해 물어봤죠. 귀네슈 아느냐고..인기 있냐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2002년 월드컵 때는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기가 없다고 하더만요.

특히 지금 한국 프로팀을 맡고 있다고 하니까 전혀 몰랐다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

하칸 쉬케르도 묻고...훌륭한 선수지만 이젠 지나간 선수가 됐다고 했습니다.

참 이을용 선수에 대해서도 기억하더라구요.그런데 팀을 잘못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트라브존스 포르 말고 페네르바체 등의 팀에서 뛰었다면 더 잘했을,터키에 오래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넥타이 자랑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도 한국 사람들이 스물 댓명 와서 한꺼번에 대여섯개씩 사가

100개 이상 팔았다고.하루에 한 40개 정도는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직업이 기자라니까 왜 내 가게에 대해 기사를 쓸 생각이 없느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터키를 다니며 유일하게 길게 대화를 나눠본 양반이었는데

유쾌한 순간으로 남은 것 같네요..

언젠가 다시 이스탄불을 찾게 되면 다시 한 번 만나보고픈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