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년이 흘렀다. 이승열은, 지금은 영화음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방준석과 함께
94년 유앤미 블루(u&me blue)를 결성했다. 이후 내놓은 앨범 2장은
한국 모던 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
‘이날, 이때, 이즈음에’에서도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소화하는 빼어난 창작자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평론가, 마니아층을 떠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그가 노랫말을 함께 하고
클래지콰이와 같이 부른 노래 ‘Be my love’가
지난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제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그가 지난 17일과 18일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섰다.
‘아트 프런티어’로 뽑혔기에 마련된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이승열은 프런티어라든가
선구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투를 쓴 것 같아
부담스럽다.18일 공연을 앞두고 만난 그는
그저 운이 좋아 조금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민으로 미국에서 보냈던 청소년
시절 세계 음악의 흐름을 보다 빨리 접했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궤적이다.
때문에 서늘하고 음울하기까지한 저음 색채의 보컬 때문에 세계적인 밴드 U2와 비교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젊은 시절 자양분으로 흡수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가 결코 상업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마니아 팬들이 있었다. 유앤미 시절 팬 클럽 회장을 맡았던 팬이 이번 공연을 찾아왔다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또 처음에는 음악 활동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너 이 음반 들어봤냐.”며 핑크 플로이드 전집을 보내주며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한다.
세션팀 먼데이 블루와 함께 한 이날 무대는 전날에 이어 만원 사례.
유앤미 시절(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천국보다 낯선)과
솔로 1집(비상, 분,5am, 시크릿),
또 앞으로 선보이게 될 신곡(Curly Girlie,Montage,Shing Happy People) 등
모두 19곡이 ‘버라이어티’하게 선사됐다.
주문을 외듯 낮게 읖조리는 보컬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도어스의 짐 모리슨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노래 사이사이 던지는 수줍은 멘트와 농담에도 열혈 팬들은 함께 웃고 즐겼다.
러브홀릭의 여성 보컬 지선과 함께 생기발랄한 듀엣곡을 노래하며 이승열표 음악이 담고
있는 블루톤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팬들은 “라이브라 그런지 목소리가
훨씬 따뜻하네.”라며 새 모습을 발견했다고 속삭였다.
이승열은 “그동안 음악 작업은 절대 팬들이 없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팬들은 단지 팬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가지고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팬을 생각하면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없다는 그는
오는 5월 약 2년 6개월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가 선배 뮤지션으로 존경한다는
한대수처럼 게릴라적인 음악 여행을 이어가게 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
기사일자 : 2006-02-21 26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