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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잡설

미아리홍 2007. 7. 15. 18:52
 
영화는 무조건 큰 화면으로 보는 게 좋았드랬습니다.
TV를 통해서 몇 번이고 다시 봤던 ‘벤허’가 옛 대한극장-이 극장의 자부심은 국내 초대형 스크린이었다-에서 다시 상영될 때 그래서 영화관을 찾았죠.힘찬 팡파레로 시작하는 대전차 경주를 큰 화면으로 봤을 때 역시 작은 화면으로 보는 차원하고는 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상영된 적이 있었네요.70mm를 강조한 카피가 눈에 띕니다.



  예전 스타워즈 시리즈가 디지털마스터링으로 다시 개봉했을 때 극장에 가지 못했던 것은 두고 두고 한(恨)이 될 정도입니다.제국의 주력 전투함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레이저포를 쏘며 화면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인트로 장면을 맛보지 못한 게 정말 아쉽기도 합니다.

바로 이 장면 !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생각은,하도 매체가 많아지다 보니 ‘스케일이 큰’ 영화는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는 정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그래도 아직 이런 생각은 유효한 것 같습니다.물론 큰 화면으로 볼 때 좋지 않은 점도 있죠.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지만 외국어(주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터라 자막에 신경을 쓰게 되면 전체 화면을 조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뜬금없이 큰 화면이나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요즘에는 큰 화면으로 보는 것 못지 않게 작은 화면으로 영화 보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도 2000년 이후 노트북을 늘 옆구리에 끼고 살다보니 이런 습관(?)이 생겼습니다.노트북 화면이라고 해봤자 그 옛날 14인치 화면보다도 더 작죠.그래도 나들이 짬을 내기 쉽지 않은 생활 탓에 노트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하긴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이 늘 정도니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약과일 수도 있겠죠.
  주로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서 여러 작품들을 섭렵했습니다.노트북에 시디플레이어를 연결해 불법 복제물을 보기도 하고.요즘에는 모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끔 영화를 봅니다.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제공합니다.물론 최신 영화가 아니라 좀 지난 작품입니다.라이브러리도 한정된 터라 그다지 입맛에 맞는 영화를 보기는 힘들죠.
  작은 화면 보기의 장점은 멈춰놓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식탁에서 밥먹으면서 볼 수도 있고,심지어 화장실에서 볼 일 보면서도 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그렇지 않나요? 또 보다가 재미없으면 가차없이 끝내버릴 수도 있죠.다운을 받든지,스트리밍으로 보든지 일단 발동이 걸리면 여러 편을 한꺼번에 작살을 낼 수 도 있습니다.물론 여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죠.자칫 새벽녘까지 달리다가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엊그제 집에서 하도 심심해서 클릭을 하며 ‘한니발 라이징’을 봤습니다.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앞선 영화들도 대충은 섭렵했던 터라 우선 손이 갔습니다.공리가 어엿하게 이제 할리우드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일단 먼저 들었습니다.한니발이라는 ‘몬스터’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주로 그린 터라 그다지 싫증을 느끼지 않고 끝낼 수 있었죠.

김래원의 연기가 얼추 괜찮습니다.보는 이로 하여금 정감이 가게 만들죠.

 

그러다가 김래원이 나오는 ‘해바라기’를 보게 됐습니다.장 가뱅과 알랭 들롱이 나오는 ‘암흑가의 두 사람’을 연상케 하는 내용입니다.사람을 죽이고(여기에 이 영화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들어있습니다.)10년 동안 감옥에 갔다온 한 조폭이 새 삶을 살려가려고 하지만 결국 세상은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내용입니다.

암흑가의 두사람.주제곡도 마음 속에 남는 영화죠.


  다소 눈물을 쥐어짜게 만드는 사건들이 후반부에 어색하게 이어졌지만 이 정도면 ‘뭐 괜찮네’하는 마음으로 다시 다른 영화를 클릭.
  문제의 ‘폭력 서클’이라는 영화입니다.예전에 비디오를 통해서 ‘보스 상륙 작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경악을 한 적이 있습니다.이 영화를 만들었던 찍었던 출연했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흡족해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죠.돈을 쓸 때가 정말 많구나 하는 느낌.그 때 만큼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폭력 서클’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입니다.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뭉쳐서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가 옆 동네 학교 학생들과의 다툼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에는 조직 폭력배 사이의 칼부림 못지 않은 거대한 사건을 저지르게 되며 인생 종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그러나 도대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친구 사이의 진한 우정? 주먹을 잘못 쓰면 인생 막장에 간다? 이도저도 아니면 상대방을 쓰러뜨린 뒤 그 상대의 발을 벽에 비스듬히 대놓고 쇠파이프로 때려 부러뜨리는 잔인한 장면을 즐기라는 이야기인지..무엇인가 버무리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영화는 결국 잡탕에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일단 이 작품에서 태클이 걸리자 더이상 컴퓨터를 클릭하지 않게 됐습니다.
  무려 3편을 봤으니까 얼추 6시간정도 작은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냥 생각가는데로 손가락을 놀리다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네요.‘뭐 그래도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 데 글이 난잡하고 재미가 없어지는 관계로 이만 줄여야 겠습니다.요즘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않다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좀 힘드네요.허허허.